Oct 8, 2014

아름다운 우리말


외래어, 외국어 VS 우리말

영어를 사용한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일 할때나 부모님과 통화할 때 하는 뻔한 한국어를 빼고는 집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친구들과 만날때도 영어에 노출되어 있어서 잘 하든 못 하든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꿈꾸고 영어로 말하며 바쁘게 살았다. 
3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내 한국어는 더욱 위기를 맞게 된다. 데이트 할때는 물론이고 결혼 준비를 하며 또 결혼 생활을 하며 항상 많은 일을 같이 처리해야 했기 때문에 그 어떤 오해도 피하기 위해서 영어를 선호했던 것 같다. 가끔 한국어로 대화할 때에도 중간 중간 뜻을 설명하면서 대화의 흐름을 깨고 싶지 않은 마음에 쉬운 한국어만 사용하였던 것이다.  
처음 문제의식을 느낀 건 직장동료와 대화할 때 였다. 한국에 살면서도 우리말 단어가 빨리 빨리 생각이 안 나는게 아닌가... 불편해 하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올해에 대학원에 입학하면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하는 수준있는 단어들이 바로 바로 생각이 안 나서 말을 느리고 어눌하게 하는 나를 발견하고는 정말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2학기를 시작한 지금 나는 결심했다.! 한국어 공부를 하기로!
먼저 내 문제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1. 영어와 한국어를 먼저 생각나는데로 섞어 사용한다. 
--> 개인적으로 이는 언어를 배우는 초기에는 단어에 제한받지 않고 자유롭게 어순잡기에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방법을 너무 애용하다 보니 이제는 아주 나쁜 습관으로 굳어 나의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망치고 있다. T_T

2. 모르는 한국어 단어가 있을때 영어사전에 찾는다.

3. 한국어 단어가 생각이 안나면 포기한다. 
--> 반대로도 영어 단어가 생각이 안나면 포기한다.

4. 외래어, 외국어를 남발한다. 
--> 한국인의 국어생활에 있어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아닌가 싶다.


1. 영어를 할 때는 영어만! 한국어를 할 때는 한국어만!
2. 모르는 한국어 단어는 꼭 국어사전에서 뜻을 찾아 읽는다.
3. 한국어 단어가 생각이 안나면 꼭 꼭 어떻게든 찾고 넘어가자.
4. 외래어, 외국어에 대응하는 우리말이 있는지 공부하고 실천한다. 

이 중 오늘은 4번 외래어에 대해서 배운 점을 조금 소개해 보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아무리 억지스럽고 북한스러워도(?) 모든 외래어,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해야한다,"라는 입장은 아니다. 
'bus', 'melon', 'piano', 'computer'는 외국에서 표기되며 발음되는 영어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버스', '멜론', '피아노', '컴퓨터'로 우리말의 음운 법칙에 의해 동화되어 한국인 사이에서 국어처럼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이와 같이 이미 정착한 '외래어'는 이제는 국어의 일부이다. 
하지만 내가 문제를 삼으면서도 동시에 참 고치기가 어려운 것은 바로 자연스럽고 예쁜 우리말이 있는데도 우리 국어생활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하게 되는 '외국어'이다. 예로는 열쇠:키, 상자:박스, 공책:노트, 식탁:테이블 등이 있겠다.   

그래서 몇 주 전에 도서관에 가서 국립국어원에서 낸 '외래어 이렇게 다듬어 쓰자' 라는 책을 빌려보았다. 이 책은 국립국어원이 동아일보, 동아닷컴, 케이티 문화재단 등과 함께 운영하는 '모두가 함께하는 우리말 다듬기(www.malteo.net)'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일반 국민 참여) 지난 2004년 7월 초부터 2007년 7월 말까지 여러 분야에서 함부로 쓰이는 외래어, 외국어(총 141)개를 선별하여 적절한 우리말로 다듬어 놓은 결과를 한데 모은 것이다. 
아직 책을 읽고 있는 중이므로 한글날을 맞아 현재까지 읽은 내용 중 몇 개를 골라 올려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게이트' → 의혹사건
책 설명:

게이트는 정치권력과 관련된 비리 의혹 사건을 가리키는 말로 권력형 비리와 관련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권력형 비리와 관련되지 않은 비리 의혹 사건에도 이 말을 쓰고 있다. 
오일 게이트 --> 유전 의혹사건

미션  중요임무
국가적 미션 --> 국가적 중요임무

코드  성향
'코드가 맞다', '코드가 통하다'와 같은 표현으로 '코드'란 말을 널리 쓰고 있는데 이는 '뜻이 서로 맞다', '뜻이 서로 통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성향이 같다', '성향이 비슷하다' 등으로 바꾸어 쓸 수 있을 것 같다.

언론 플레이  여론몰이

클린 센터  청백리마당
제일 마음에 들었던 우리말 청백리마당!

책 설명: 

클린 센터란 공직,공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았을때 공무원이 직접 그 사실을 신고하게끔 만들어 놓은 지방 자치단체의 내부 조직을 가르킨다. '청백리' 는 '조선 시대에, 이품 이상의 당상관과 사헌부 사간원의 수직들이 추천하여 뽑던 청렴한 벼슬아치'를 뜻하는 말로 지금은 은유적으로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이 곧고 깨끗한 관리'를 뜻하는 말로 더 널리 쓰이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이 클린센터가 곧고 깨끗한 공무원을 위한 곳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서 '클린 센터'를 '청백리마당'이라고 다듬었다.  

클러스터  산학협력지구
책 요약:
'클러스터'는 산업 기관과 연구 기관이 서로 돕기 위하여 한데 모여 있는 지역이므로 '산업계'와 '학계'를 아울러 이르는 말인 '산학'을 넣은 '산학협력지구'로 '산업계와 학계가 서로 협력하기 위하여 모인 특정한 장소'를 뜻하는 말로 다듬었다. 

바우처 제도  복지상품권제도
왜 우리 정부에서 나서서 '바우처 제도'라는 말을 장려하고 있는건지 궁금했던 1인으로서 이 '복지상품권제도'라는 말이 매우 반갑다.



이런 정치 용어, 행정 용어 및 제도명 외에도 패션, 인터넷, 통신, 운동, 영화, 음악, 방송, 식생활, 경제 및 금융, 교통, 건설 및 건축, 문예, 사회, 생활 용어 등으로 꽉 찬 아주 유용한 책이니 관심있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앞으로도 내가 부지런히 더 소개하겠음...!